“어른들 얘기하는데 어딜”… 아이도 대화에 끼워주세요
[소통하는 육아법] 아이와 대화에 ‘순서 교대 원리’ 적용하기
아이의 언어발달에 도움을 주는 가장 효과적인 것은 '부부간의 대화'이다. 부부가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려주면 아이는 다양한 언어에 노출된다. 그럼으로써 아이는 단어를 훨씬 빨리 인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아이가 부모의 대화 중에 끼어들거나 참견했을 때 주의를 시키기보다는 아이를 대화에 동참 시켜 언어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
◇ 가족이 순서대로 말한다는 것… ‘대화의 균형’ 찾아가는 일
부모와 자녀의 대화에서 순서 교대의 원리가 왜 중요할까? ⓒ베이비뉴스
이때 ‘순서 교대의 원리’에 입각하여 원활히 소통해 나갈 필요가 있다. 순서 교대의 원리란 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순서를 교대해 가면서 말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상대가 말할 때 함부로 끼어들거나 부적절하게 침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순서 교대 원리는 청자와 화자의 역할이 원활하게 바뀌고 정보가 순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부모와 자녀의 대화에서 ‘순서 교대의 원리’가 왜 중요할까. 일반적으로 부모와 자녀와의 대화에서 부모는 어른이고 보호자이기 때문에 아이와의 대화에서 좀 더 많은 권한과 주도권을 가진다. 그러다 보면 아이가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 수 있다. 이것을 ‘순서 빼앗기’라고 한다.
순서 교대 규칙의 체계를 위반하면 말이 겹치거나 아이의 말을 중간에 잘라먹게 되면서 원활한 대화가 이어질 수 없다. 순서 교대의 원리를 위반하는 대표적인 형태는 ‘무시하기’, ‘끼어들기’, ‘즉각적으로 말하기’, ‘너무 많은 질문하기’ 등이 있다.
이러한 형태의 대화를 지속할 경우 아이는 말할 기회가 박탈되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순서 교대 원리를 지키면 대화 참여자 개개인이 대화의 구성원으로서 그 역할을 배분받고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보가 원활히 순환되어 대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화에서 순서 교대의 원리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 순서 교대의 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 교체 적정 지점이다. 순서 교체 적정 지점은 화자가 바뀌는 지점을 말한다. 모든 대화는 반드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역할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화자가 청자가 되고, 청자가 화자가 되는 순서 교대로 순환된다. 순서 교대의 원리에 의해 화자와 청자의 역할이 교대하면서 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언제 말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 아이의 ‘말’을 허용하라… 언어발달↑ 효과적 대화법도 익힌다
순서 교대는 대화 상황 아무 때나 일어나지 않는다. 대화가 진행될 때 어느 정도 쉼이 발생하여 한 사람의 말이 완전히 끝났다고 판단되는 순간 주로 순서 교체 적정 지점이 된다. 이때 말했던 사람이 다음 순서에 말할 사람을 지정한다.
다음 화자를 선택할 때는 호칭이나 고갯짓, 시선, 억양과 같은 다양한 신호를 통해 말할 권한을 넘겨줄 수 있다. 그리고 순서 교체 적정 지점에서 꼭 누군가를 지정하지 않더라도 대화에 참여한 사람 누구나 말할 수 있다. 이 경우 먼저 말을 시작한 사람이 우선권을 갖는다. 만약 어떤 누군가가 말을 하지 않는다면 현재 말하고 있는 사람이 계속 말을 이어갈 수도 있다.
대화 중 말하고 있던 사람의 말이 끝나기도 전 다른 사람이 말을 시작할 때가 있다. 이는 뜻하지 않게 대화 중복이 일어났을 때이다. 우연히 서로 동시에 말을 해서 말이 겹쳤을 때는 어떤 의도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말한 사람 중 누군가가 발언을 중단하고, 대화를 이어가면 된다. 그런데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에서는 고의적인 성격의 대화 중복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러기보다는 충분히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다.
대화란,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상대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순서 교대의 원리에 따라 아이의 말을 허용하고, 그것을 활용해서 대화를 이어 갔을 때 아이의 언어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효과적인 대화법도 익힐 수 있게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KBS, MBC 등 방송국에서 10여 년 동안 MC 및 리포터로 활동하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