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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안 되는 아이] 부모의 역할은 기다리기

 부모교육 강연을 마치고나면 강의를 의뢰한 곳에서 울상일 때가 있습니다.

"강연을 꼭 들었어야 할 부모님이 참석하지 않았어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책을 읽고, 강연회를 찾아다니고, 이런 칼럼을 읽으며 어제를 반성하려는 당신은 정말 좋은 부모입니다. 세 살의 아이는 당신이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을 방해하려들겠지만 그 시험을 잘 치러내야 합니다.

부모에게는 참는 것과 다른 기다림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베이비뉴스

◇ 골프와 자식 키우는 일

한때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이었던 대기업 회장이 세상에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골프와 자식키우는 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말이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있다. 골프와 자식을 키우는 일은 비슷한 점이 많다. 골프를 배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골프라는 것이 도대체 노력과 실력이 정비례 곡선을 그리지 못한다. 연습으로 무장하고 비장하게 마음을 먹은 날은 힘만 들 뿐, 지름 4센티 짜리 공이 제멋대로 날아다닌다. 그런가하면 마음을 비우고 힘을 빼고 욕심을 버리면 경쾌하게 창공을 가로질러 날아가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도 이와 흡사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키워보겠다고 전전긍긍하면 아이는 힘으로 때린 골프공처럼 해저드에 빠지고 페어웨이 밖으로 튀어나가 버린다.

세 살짜리 아이는 4센티 지름 골프공이다. 밤새도록 웹서핑에서 찾은 양육의 비법과 정반대로 굴러가는 애꿎은 골프공이다. 아이는 매일 부모를 시험에 들게 한다. 아이의 모든 행동이 문제행동으로 보이는데, 양육서에서 알려주는 방법은 내 아이에게는 별 효과가 없다. 내가 부모교육 강연에서 만난 수많은, 족히 천명은 되었을 부모들 중에 본인이 좋은 부모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신이 부족한 부모이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누구도 세 살의 부모를 잘 해내기는 어렵다. 물론 네 살과 그 이후의 부모역할도 마찬가지이다.

◇ 세 살(25~36개월)의 유아독존

신체와 정신이 온전히 독립되어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부르짖는 세 살(25~36개월)의 아이들은 참으로 독특하게 존귀함을 보여준다.

"하루 종일 사방천지로 뛰어다니는 아이를 어떻게 하나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어요."

"아빠를 옆에도 못 오게 해요. 왜 갑자기 아빠를 싫어하죠?"

"집에서 때려 키우지도 않았는데 왜 남을 때리죠? 사과하느라 힘들어요."

어떻게 그 행동을 이해하겠는가. 왜 사방으로 뛰어다니는지, 왜 아빠를 싫어하는지, 왜 친구를 때리는지. 실은 세 살의 아이도 자기가 왜 그러는지 잘 모른다. 인식이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정확인 이유와 목표를 가진 행동이 아니다. 인생의 이 시기는 본래 그렇다. 생각하기 이전에 즉각적인 욕구, 혼돈된 감정이 불쑥 저지르는 행동을 하는 시기이다. 이제 곧 그 행동들은 정리된다. 물론 네 살의 문제행동이 새롭게 등장하지만.

◇ 기다림의 지혜

기다려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다린다는 것은 참는 것과 다르다. 참는 것은 자신을 억눌러야하기 때문에 고통이 따르지만 기다린다는 것은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고, 그것이 지나갈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편안하다. 사방으로 뛰어다니던 아이는 곧 차분히 집중할 것을 찾게 된다. 아빠를 싫어하는 아이는 곧 아빠 품으로 되돌아온다. 친구를 때리는 아이는 그러면 친구가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돼서 곧 우정을 배우게 된다. '곧'이라는 것이 아이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반드시 '곧'은 있기 마련이다.

그 시기의 부모역할이 그런 것이다. 사방으로 뛰는 아이를 쫓아다니면서 기다리는 것이고, '아빠 미워'라고 말해도 삐지지 말고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이고, 친구를 때리면 안 된다고 수십번 말해주고 친구에게 사과하라고 눈살을 찌푸려 보이면서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리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림이 시한이 있으면 그것이 또 다른 조바심과 근심이 되지만 시한을 정해두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다. 아이가 자라는 발달과 변화의 과정이라고 믿는 기다림이다. 물론 쉽지 않다. 한결같아야 하고 재촉하지 않아야 한다. 내 마음에서 화가 퍼지려고 하면 마음을 다독여 해독해야 한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속도대로 자기 안의 성장시계에 따라 자란다. ‘잘 될 거야. 우리 아이는’이라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김옥길선생의 어록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오래 가꾼 나무에서 아름다운 꽃을 기대할 수 있듯이 기다림은 꿈이 있는 사람들만의 자랑스러운 특권이다.'

아이가 다 자라고 나서 언젠가는 매순간 기다려준 당신에게 '기다려줘 고맙다'고 말할 날이 꼭 있다.

*칼럼니스트 최명희는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30여 년간 유아교육 현장과 보육정책 분야의 다양한 영역에서 일했다. 현재는 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생애초기의 삶을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인 영유아와 그들에게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부모, 교사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나누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많이 읽히는 저서로 <아이와 통하고 싶다>, <교사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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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http://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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